[Essential] 장기전세 20년 만기, 임대아파트에 살면서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2027년부터 서울 강동구의 장기전세주택인 강일리버파크와 고덕리엔파크가 순차적으로 20년 거주기간을 채우게 된다.

강일리버파크와 고덕리엔파크에는 20년 계약 장기전세주택이 공급됐고, 최초 입주자들의 계약 만기가 2027년부터 순차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당시 보증금 3억원대에 공급됐던 장기전세주택으로, 이제 최초 입주자들의 20년 거주기간 만료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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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해당 아파트의 매매가격은 확인하기 어렵지만, 네이버 부동산에서 확인해보니 강일리버파크의 국평 기준 매매가격은 2019년 약 6억6,000만원이었다.

당시 보증금 3억원을 마련할 수 있었다면, 자금 여력에 따라서는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아파트 매입을 고려할 수 있었을 것 같다. 물론 보증금 3억원 역시 본인의 자금이 아니라 대출 등을 통해 마련한 것이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현재 강일리버파크는 국평 기준 호가가 약 14억원 수준이다. 20년의 장기전세 계약이 만료된 입주자가 보증금 3억원을 돌려받더라도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를 매입하기는 쉽지 않다. 전세 역시 상당한 추가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존과 비슷한 수준의 주거 환경을 유지하려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장기전세라는 제도가 상당히 흥미롭다.

장기임대아파트의 가장 큰 혜택은 ‘주거 안정’

장기임대아파트는 사회초년생이나 주거가 안정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정부의 지원을 통해 주거 안정을 제공하는 중요한 주거복지 제도다.

매달 지출해야 하는 주거비 부담을 줄이고 장기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혜택이다.

일부 공공임대주택은 재계약 과정에서 소득이나 자산 등의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계약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해당 주택의 입주 및 재계약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그런데 장기임대아파트에는 한 가지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아무리 안정적인 주거를 제공하더라도 임대주택은 언젠가 계약기간이 끝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동안에는 현재의 주거 안정뿐만 아니라 만기 이후의 주거까지 함께 준비할 필요가 있다.

주거가 안정될수록 만기 이후는 멀게 느껴진다

직장생활을 하거나 사업을 하다 보면 경력과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소득이 증가할 수 있다.

그런데 일부 공공임대주택은 재계약 과정에서 소득이나 자산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나아질수록 오히려 임대주택을 계속 이용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물론 소득이 증가했다는 것은 경제적으로 자립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문제는 임대주택에서 나간 이후 필요한 주거비가 지금까지 절약해 온 금액보다 훨씬 클 수 있다는 점이다.

장기임대아파트에 거주하면서 소득의 일부를 꾸준히 저축하고 자산을 형성해 만기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20년이라는 시간은 너무 길다.

20년 뒤의 주거 문제는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처음에는 열심히 저축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만기 이후의 주거 문제는 점점 먼 미래의 일이 되어버릴 수 있다.

주거가 안정되면 현재의 생활 수준을 높이는 데 돈을 쓰기 쉬워진다. 차량을 구입하거나 여행을 가고, 쇼핑을 하는 등 지금 당장 누릴 수 있는 소비가 20년 뒤의 주거를 위한 저축보다 훨씬 현실적인 만족으로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특정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심리라고 생각한다.

결국 주거 안정을 얻은 대신 만기 이후를 준비할 동기가 약해지는 역설이 발생할 수 있다.

장기임대에는 ‘출구전략’도 필요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장기임대주택의 정책도 단순히 얼마나 오래 거주할 수 있게 해줄 것인가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거주기간 동안 어떻게 자립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인가까지 고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이나 금융자산이 발생했다고 해서 곧바로 임대주택에서 퇴거시키기보다는, 일정 부분 기준을 완화하는 대신 만기 이후의 주거 안정을 위한 자산 형성을 유도하는 방식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퇴직연금이나 미국의 401(k)처럼 장기적인 자산 형성을 목적으로 하는 계좌에 일정 금액을 적립하도록 지원하거나 유도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임대주택에 거주하면서 절약한 주거비의 일부를 장기적으로 적립한다면, 10년, 15년, 20년이 지나면서 상당한 자산을 형성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임대주택은 단순히 20년 동안 저렴한 주거를 제공하는 제도가 아니라,

20년 동안 주거비 부담을 줄여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는 제도

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다면 만기를 생각해야 한다

물론 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주거가 불안정한 사람에게 장기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임대주택은 매우 중요한 주거복지다.

다만 주거가 안정됐다는 사실과 주거 문제가 영원히 해결됐다는 것은 다르다.

20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임대아파트에 거주할 수 있다면 그 기간을 단순히 저렴한 주거를 이용하는 시간으로 생각하기보다는, 만기 이후에 스스로 주거를 해결할 수 있는 자산을 만드는 시간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임대아파트는 공공의 자원을 바탕으로 제공되는 중요한 주거복지인 만큼, 그 혜택을 받는 동안에도 만기 이후의 주거를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

만기가 되기 전에 어느 정도 자산을 형성해 자력으로 주거 안정을 이룰 수 있다면, 그다음에는 다른 사람이 임대주택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임대주택에서 받은 혜택을 다음 사람에게 다시 이어주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물이 더 뜨거워지기 전에

흔히 ‘끓는 물 속 개구리’라는 우화가 있다.

물이 서서히 뜨거워지면 개구리가 위험을 인식하지 못한 채 결국 삶아진다는 이야기다. 실제 개구리가 정말 그렇게 행동하는지는 별개의 문제지만, 이 비유가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변화가 너무 천천히 일어나면 위험을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장기임대아파트도 비슷할 수 있다.

2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주거가 안정되면 만기 이후의 문제는 아주 먼 미래의 일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만기가 다가왔을 때 갑자기 주거비가 크게 상승한다면 그때는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다.

물이 더 뜨거워지기 전에, 스스로 뛰쳐나올 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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